[터키 이스탄불] 아시아에서 자고 유럽으로 출근.... |
▲밤 늦게 도착한 이스탄불의 아타투르크 국제공항 |
ⓒ 김동주 |
한 도시가 이토록 다른 풍경을 온전히 품을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터키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동양에서 온 작은 손님을 반기는 여러 터키인들과 즐거운 술잔을 기울였다. 전쟁세대가 아닌 나에게 터키가 참전했던 6·25 전쟁은 이미 빛 바랜 얘기지만 이들은 나에게 막역한 정을 느낀다는 것이 생소했다. 그제서야 처음 들은 싸이의 '강남 스타일' 덕분에 우리는 정말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묘한 조화를 이루는 최신식 트램과 천년 전의 이슬람 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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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대표 랜드마크, 술탄아흐멧 자미(Sultan Ahmet) |
ⓒ 김동주 |
내부를 장식한 2만여 장의 푸른색 타일 때문이라고 하는데 직접 보고 있으면 역시 내부보다는 외관이 더욱 흥미롭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가 갇혀 있을 법한 높은 첨탑과 용이 지키고 있을 것만 같은 중앙 돔을 보고 있으면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만 같은 들뜬 기분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 히잡을 쓰고 양탄자가 깔린 사원 내에서 정성스레 기도를 드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제야 이곳이 이슬람 사원임을 깨닫는다.
발길을 돌려 찾은 아야소피아 광장은 이미 성당을 방문하러 온 관광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얼핏보면 블루 모스크와 꼭 닮아 구분이 안 가는 이 성당은 비잔틴 제국 시절 지어진 것이란다. 훗날 오스만 제국에 의해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면서 성당은 다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박물관이 되었다. 박물관이 되어버린 아야소피아 성당과 달리 매일매일 수천 명의 신도가 오가는 술탄아흐메드 자미를 보면 지금의 이스탄불은 역시 회교도의 도시다.
▲블루 모스크보다 천년 먼저 지어진 아야소피아 성당(Ayasofy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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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왼편에는 유난히 사람의 손을 많이 탄 듯 반들반들한 기둥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이 기둥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한 바퀴 빙 돌리면서 소원성취를 기원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를 가도 흔히 있는 미신이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모두 품은 곳에서 비는 소원은 어쩌면 진짜 이루어지지 않을까?
마침내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갈라타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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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높은 곳을 찾지 않아도 다리에서 바라보는 이스탄불은 언제나 아름답다. 난간에 기대 차이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 너머로 그림 같은 모스크가 멋진 배경을 만든다. 다리 아래의 레스토랑에서 생선으로 배를 채우고 다리를 건너 유럽에 도착해서는 유럽 대륙의 마지막 기차역인 시르케지 역을 찾았다.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으로 유명해진 시르케지 역이지만 그보다는 유럽 대륙을 기차로 횡단하게 해준 주역이라는 점이 더욱 놀랍다.
▲한 때 오리엔트 특급열차의 마지막 종착역이었던 시르케지(Sirkec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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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시가지 쪽으로 방향을 돌리니 관광객들로 가득한 이스티크랄 거리로 이어졌다. 현대식 건물들 사이로 카페와 명품가게가 늘어서 있고 그 사이를 이스탄불의 붉은 색 전차가 가로지른다. 번화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느리게 오가는 전차의 영향인지 잠시 쉬고 싶어진 나는 전차가 다니는 골목길을 지나 숨어있는 노천 바를 찾았다.
▲터키의 카페에서는 차이(Cay) 를. |
ⓒ 김동주 |
신시가지에서 해변을 따라 걸으니 비로소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곳, 보스포루스 다리가 나왔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봐도 좀처럼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긴 보스포루스 다리는 지구에서 가장 특별한 다리다. 다리 아래를 흐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유럽, 동쪽은 아시아에 속하는 두 지역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330년 로마의 황제가 수도를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 제국에 속했던 이스탄불은 훗날 오스만 터키에 의해 함락되면서 비잔티움 제국의 몰락과 함께 동서양을 모두 가진 독특한 곳으로 변모했다고 하는데 로마에서부터 뻗어 나온 길이 결국 이 다리에서 아시아와 만나는 셈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루스 다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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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 그 자체,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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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박물관이 된 이 궁전에서 가장 특이했던 곳은 역시 '하렘'이었다. 몇 년 전 베르사유 궁전에서 보았던 화려한 카펫과 커튼, 샹들리에로 장식된 방은 더 이상 꾸밀 곳이 없을 만큼 화려했는데 그곳은 세계 각지에서 노예로 끌려온 수천 명의 궁녀들이 거주했던 곳이라고 한다. 한번 궁에 들어오면 죽을 때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하니 노예의 신분으로 이런 화려한 곳에 거처를 두고 있었던 그들에게는 기회이자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잔인한 감옥이었을까.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Grand Baza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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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포루스 해협의 석양 |
ⓒ 김동주 |
이스탄불을 떠나는 마지막 날 밤, 나는 기차를 타고 유럽이 아닌 아시아를 횡단하는 긴 꿈을 꿨다. 파리에서 터키까지, 그리고 터키에서 한반도 까지 유럽과 아시아가 하나가 된다면 그때 나는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기나긴 기차를 타고.
간략 여행 정보 |
이스탄불 여행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잇는 보스포루스 다리를 기준으로 서쪽인 유럽지구와 동쪽인 아시아지구로 나뉜다. 오리엔탈 특급열차가 종착역인 시르케지역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관광명소는 유럽지구의 구시가지에 모여 있지만 자동차나 배를 통해 해협을 건너 아시아지구에 들어서면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거리에서 흔하게 파는 케밥과 쿰피르로 끼니를 떼우고 터키식 홍차인 차이를 곁들인 뒤 전통주인 라크 한잔이면 여느 도시 못지 않은 식도락 여행도 가능하다. 터키의 관광지는 모두 비잔틴 제국의 형성과 몰락에 연관되어 있기에 여행전에 이와 관련된 역사를 알아두면 훨씬 더 알찬 관람이 가능하다. 도시의 규모가 제법 커서 대중교통으로 다니기에 불편하다면 이스탄불를 돌아보는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되는데 한국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한국어로 안내하는 가이드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미리 알아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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